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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작성하는 포스팅입니다.

우리 가족이었던 강아지, 내 동생 뽀야가 지난 10월 13일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한동안 무기력감에 빠져 많은 것들에 의욕을 상실한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블로그 포스팅도 뚝 끊어졌었죠.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어보신 분들은 아마 어떤 감정인지 잘 아실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슬픈 경험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학교 근처 당골이었던 옷수선 집에 어머니랑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뽀야입니다.

당시 생후 2개월쯤 된 믹스견 여아였고, 다른 손님분이 무턱대고 키우라는 식으로 가게에 맡기고 가셔서 주인분계서도 당황하고 있던 터라고 했습니다. 이미 가게 방 한편에는 애완견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다른 손님들이 많이 왔었을 땐 구석에 숨기 바쁘던 뽀야가 우리 어머니를 보자 다리 사이로 쏙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모습에 가게 주인아주머니도 신기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간택'이란 게 이런 건가보다 느꼈습니다.

 

 

  당시 어둡던 집안분위기에 누나와 저는 자주 집에 갈 수 없었던 상황이라 반려 동물의 힘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은 생각 도 들었기에 뽀야를 가족으로 맞이했습니다. 뽀야라는 이름은 당시 누나가 지었네요.

 

  강아지를 처음 키운 탓에 방법을 잘 몰랐고 집안에서 키워서 다른 사람들, 다른 강아지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고 때문에 사회화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이라도 산책시켜 주려 밖에 나가면 무서워하며 저만 바라보고 안기려 했고 안아주면 그때부터 두리번거리면서 주변 경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뽀야입니다. 그 이후로는 한 번씩 데려나갈 때 강아지용 포대기에 넣고 동네를 돌거나 저속력으로 킥보드를 타기도 했었네요. 킥보드를 탈 때면 뭔가 눈이 반짝이고 신나 하는 것 같았어요.   

  한 번은 열려있던 현관문으로 나갔다가 계단을 스스로 내려가본 적이 없어 방법을 몰라 위층으로 오르고 올라 옥상구석에서 무서워서 떨고 있었던 뽀야를 데려온 기억도 있습니다. 그땐 집안에 뽀야가 없어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옥상에서 발견했을 땐 천만다행이었지만 겁에 질린 뽀야는 잠시 저를 못 알아본 건지 살짝 도망가듯 하다가 나중에서야 품에 안겨서 데리고 내려왔었네요. 같이 살면서 뽀야가 가출했던 날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문단속을 제대로 못해 미안하기도 했고 찾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독립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본가에 어머니랑 같이 생활하는 뽀야를 자주 볼순 없었지만, 가끔 내려가면 항상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저를 반겨주고 잠들 땐 제 발 옆에 자리를 잡던 뽀야.

 밥상 위에 음식에 달려들어서 먹거나 양말 신발 등 이것저것 물어뜯거나 하는 흔히 들어봄직한 말썽 한번 부린 적 없었던 착한 동생이었습니다.

  어릴 때 기본적인 주사 맞은 거 외엔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고, 말년에는 기관지가 안 좋아 기침에 심해져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병원에서 지은 약도 다 못 먹었네요.

 

  뽀야가 떠나기 일주일 전에 집에 방문했을 때, 힘이 없던 뽀야임에도 저를 격렬하게 반기다가 발작하는 모습을 봤을 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차분하게 뽀야이름을 불러주는 것 밖에는 조금씩 진정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되겠구나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출근해서 오전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랜만에 누나의 카톡을 받자마자 뽀야에 대한 내용일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첨부된 사진에는 기저귀를 차고 입에는 휴지를 물고 있는 뽀야가 작은 담요위에 눈을 감고 옆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지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받고 자리에 앉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눈물만 닦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다른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아무래도 뽀야를 배웅하는 마지막 보내는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운전하기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뽀야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들만 생각이 나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집안 거실에 담요 위에 뽀야가 누워있었고 커다란 흰 수건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수건을 걷고 눈을 감고 있는 뽀야의 얼굴을 바라보고 한참 동안 눈물을 또 흘렸습니다. 얼굴을 쓰다듬고 몸을 쓰다듬었지만 예전 같은 온기는 없고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평소 거실에 자리 잡고 있던 뽀야가 눈을 감기 전에는 제방 앞에 앉아서 거실에 있는 어머니가 불러도 오지 않고 한참 동안 빤히 눈만 마주치고 있어서 뽀야를 안아 들고 거실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분 뒤 눈을 감았습니다. 떠나기 전 저를 보고 싶어 했던 걸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 아무도 신경 써주지 못할 때 쓸쓸하게 눈을 감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어떤 강아지들은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어디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어 눈을 감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 옆에서 눈을 감은 뽀야가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같이 여행 한번 가보려고, 같이 사진관 같은 곳에서 사진 한 번 찍어보려고 했던 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켜지지 않았던 게 너무 슬프고 후회됩니다. 뽀야가 떠난 뒤 매일매일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언젠가는 이 감정이 둔해지지 않을지, 기억이 흐릿해지지 않을지 두려워서 여기라도 몇 자 적어두지 않으면 마음이 놓을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내 동생 뽀야가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 가족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이 우리가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후에 내가 눈감는 날, 정말 뽀야가 마중 나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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