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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배송이 가능한 시대, 우리는 각종 어플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료를 하고 처방받은 약국조제 약을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부업으로 가끔 약국에서 처방약 배송을 한 적이 있는데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례하나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보통 다른 배송과 마찬가지로 약국에서 환자분 성함을 얘기하고 약을 수령받아서 배송지로 이동을 하고 주소를 한 번 더 확인 후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여자 환자분이셨고, 추가 요청사항에 '소화전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많은분들이 소화전에 넣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시는데요, 소방법상 옥내에 설치되어 있는 소화전에서 긴급 상황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화기구외 물건을 넣어두거나 앞에 적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저는 소화전 택배 배송은 하지 않습니다.

 

 

  소방서 긴급 점검 시 과태료를 물을 수도 있는 사항이라고도 하고 소화전 내에 비치된 소방호스 등이 손상되어 있거나 손상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실제로 과태료를 얼마 물어냈는지 주변에서 들은 적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해서는 안될 행동이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좋죠. (추가적으로 잠시 주차를 하더라도 옥외 소화전이나 소방차 전용 주차 구역은 피해야 합니다. 어플로 간편하게 민원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의를 못 참는 주민들이 의외로 많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날도 소화전 요청사항은 무시하고 집 앞배송으로 진행했습니다. 비대면 시대이고 특히나 받는 분이 여성인 경우 남자배달원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 앞 배송 후 사진촬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초인종이나 노크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날은 전화가 왔습니다. 왜 소화전에 배송을 안 하셨냐고. 저는 위의 내용을 의기양양하게 설명드렸고 스스로 '참 잘했어, 훌륭한 설명이었다.' 하는 찰나 상대여자분께서 지금 밖인데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약이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사이 멀리 와서 배송수정을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혹시나 가족들이 알면 걱정할 만큼 큰 병에 대한 약이어서 환자분께서 숨기고 싶었다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로 인해 기분이 찜찜한 것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약배송 시 소화전배송이 요청사항에 있으면 직접 전화하여 설명드리고 문 앞 배송을 해도 되는지 확인 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뭔가 하나 배운듯한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었고 배송 관련 부업을 하는 분이 계시면 참고가 되셨으면 하네요. 덧붙여 배송을 받으시는 분도 소화전배송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른 보관장소 요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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